시대의 책임자들에 대한 수치스러운 판타지 드라마 명성황후 리뷰 - 패배의
드라마 명성황후 후기 패배의 시대를 짊어진 자에 대한 부끄러운 판타지
사극을 너무 좋아해서 얼마전 2001년에 방영한 옛날 드라마 명성황후를 사용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제가 중학생 때 방영한 드라마인데, 당시에는 명성황후 신드롬이었습니다. 배우 이미나가 연기하는 명성황후를 일본에 시해당한 비운의 국모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명성황후와 고종, 흥선대원군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끝까지 저항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조수미 씨가 부른 노래 '나오는 거야' 역시 유행이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명성황후는 명성황후, 고종, 흥선대원군 등 3명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 바뀌어 버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 3인조를 그리 좋게 평가하지 않았고, 저도 각종 역사백과와 역사저널 그날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드라마 속 3인방이 많이 미화된 걸 알았어요.
저는 이 드라마가 왜곡과 미화 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봤습니다. 우선 이 드라마가 망국의 3인방에 대한 미화가 가득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극중 캐릭터들의 모습에 너무 빠져들지 않기도 했고, 그래도 역사 드라마여서 망국의 과정을 차례차례 지켜볼 수 있었죠. 그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중학생이었을 때는 한국사나 근현대사를 정말 싫어했지만, 그래도 역사 드라마여서 망국의 과정을 차례차례 지켜볼 수 있었어요.
1) 조선의 국권침탈과정 쉽게 파악한다
첫째, 조선이 일본의 침략을 받는 과정을 전보다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인 일본이 어떻게 조선의 궁궐까지 들어와 왕과 왕비를 감시하게 되었는지는 늘 의문이었지만 운양호 사건과 임오군란 등을 거치면서 청나라와 대립했고 그 가운데 불평등한 외교조약으로 인해 조선이 일본에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교과서로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국권피탈 과정을 시각매체로 접한 덕분에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는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명성황후 국장을 치르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후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과정도 알고 있어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고종 일가가 한자리에 모여 가족사진을 찍는 모습은 무척 쓸쓸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저 안에 친일파가 있다는 게 함정
2) 배우들의 명연기
두 번째는 배우들의 명연기! 역사 왜곡을 떠나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어요. 드라마 제목은 명성황후이지만 유동근 사극전문배우의 카리스마 덕분에 흥선대원군이 이 드라마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떠올랐어요. 권력에 대한 욕심과 미련, 고종과 명성황후에 대한 애증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노년의 흥선대원군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명성황후를 맡았던 젊은 시절의 이미연 씨와 중년 시절을 연기한 최명길 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배우 이미연 씨는 계약문제로 임오군란 수습 직후까지 등장했는데 인상적이고, 최명길 씨는 용의 눈물 때와는 또 다른 여걸 모습을 잘 보여줬죠. 이분들의 명연기 때문에 명성황후가 미화됐다는 게 아이러니...
그 외에도 고종을 연기한 이진우 씨는 물론 신정왕후를 연기한 김영림 씨, 오카모토 류노스케 씨를 연기한 김병기 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하영 작가의 드라마에 자주 출연하는 사극 전문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인지 몇몇 젊은 배우들을 제외하면 모든 연기자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요즘 사극보다 옛날 사극이 더 재미있는 이유
3. 차라리 저게 왜곡이 아니라면..이라는 부끄러운 판타지
셋째,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이 실제로도 드라마처럼 했더라면 진 역사라도 부끄럽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솔직히 드라마는 명성황후, 흥선대원군, 고종 3인방을 너무 인간적으로 미화했어요. 명성황후가 5명의 자식 중 4명의 자식을 잃고 어머니와 형도 살해당하는 등 개인 사정이 불행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종의 사랑을 외면당하며 공부를 하고 지식을 습득하더라도 삼국간섭을 명성황후의 뇌물로 주도했다.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갖 정책을 펼치거나 외교에 능통하거나 너무 많은 부분이 미화되었습니다.
물론 명성황후가 역대 조선왕비 중 정치전선에 적극 참여해 왕 못지않은 큰 권력을 가진 여성이라는 점, 일제에 의해 살해될 정도로 일본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는 점은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명성황후의 사치와 그녀의 친정인 여흥민 씨의 국정농단이 나라를 망국의 길로 빠뜨린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18대 지도자가 비슷한 일을 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흥선대원군 역시 권력을 피하기 위해 끈질긴 태도를 보이는 부분은 실제와 같지만 말년에 명성황후 고종 부부와 힘을 합쳐 일본을 견제했다는 부분도 사실이 아닙니다. 드라마 속에서 경복궁 공사를 강행하는 흥선대원군의 의미에도 좀처럼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우리나라에 관광지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특히 을미사변은 흥선대원군이 어느 정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서원철폐와 세력정치를 타파한 공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흥선대원군의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이밖에도 을미사변을 조종하는 이노우에 가오루가 을미사변과는 관계가 없었다는 터무니없는 내레이션과 거의 친일파에 달한 고종의 친척 왕족을 미화하는 모습도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이렇게 드라마가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을 비운의 주인공처럼 미화한 것은 분명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조선이란 나라는 망해도 국가 지도자들이 저 드라마처럼 끝까지 노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한 일가족이 나라를 다스리지 못하면 망국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전제군주제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드라마 < 명성황후>는 패배한 역사를 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만큼만 기억하고자 하는 아쉽고 부끄러운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명성황후>는 객관적인 시선이나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면 여유있게 보아도 좋을 것이며, 또한 이 사례를 교훈삼아 다시는 역사 드라마에 과도한 미화나 왜곡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